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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식당 후기

서울대입구역 칵테일바 '오드비' 후기

by LUGY 2023. 5. 5.

 

 
 
 
첫 술집 후기다.
사실 나는 술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위스키같은
양주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후기는
다른 후기보다 더 주관적이고
사심이 가득 담긴 후기가 될 것이다.
 
 
 

'알콜산업' 이라고 검색해도 나온다.

 
그저께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들르는 김에
근처 사는 친구랑 약속을 잡았다.
저녁으로 족발에 소주 3병을 마셨지만
뭔가 좀 부족해서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할까 했는데
배를 채우고 바로 맥주를 마시는 건 힘들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근처 칵테일바를 찾다가 발견한 게
바로 여기 '오드비' 다.
 
 
족발집에서 바로 옆 블럭에 위치해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들어가니 커플 한 팀이 있었고
친구와 나는 테이블 끝에 앉았다.
테이블은 흔한 바 형식의 롱테이블이었다.
 
 
 

컵받침은 부직포라 조금 미끄러워서 큰 쓸모는 없다.

 
사실 둘 다 먹을 줄만 알지
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부연 설명이 없는 메뉴판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ㅋㅋㅋ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사장님 추천!
시작은 칵테일로 하고 싶어서 추천을 부탁드렸고
달달한 걸 먹고 싶었던 나는 '진피즈' (왼쪽)를 추천받았고,
친구가 추천받은 건 씁쓸한 자몽맛이 매력적인
'네그로니' (오른쪽)였다.


 

 
'진피즈'는 왼쪽에 있는 진에다가
탄산수와 라임을 넣어서 만든 거라
깔끔하면서도 달달한 음료수 같았다.
아마 이 술이 칵테일을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술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네그로니'
드라이 진과 캄파리, 마티니를 섞고
자몽 특유의 향과 맛을 낸 술인데
자몽의 씁쓸한 맛을 싫어하는 나에게도
별 거부감 없이 느껴졌던 매력적인 맛이었다.
자몽 특유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네그로니만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주문한 술은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 클래식'
커피 향과 맛이 난다는 '글렌모렌지 시그넷' 이다.


이 술들을 주문한 이유는
단지 내가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였고,
 친구는 단순히 이름에 끌려서 주문을 했다고 한다.
위스키를 자주 마셔본 편은 아니기에
대만 위스키라 해도 별다른 맛을 느끼진 못했고,
글렌모렌지 시그넷 또한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향도 맛도 잘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술의 역사, 술 이름의 유래 등등을 듣는 게
너무 재밌어서 술의 맛보다
그런 게 더 기억에 좋게 남았다.
우리끼리 대화를 하다가도
술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어느새 앞에 오셔서
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말씀도 재밌게 하셔서
재밌는 술자리가 됐다.
 
 
 

 
그다음으로는
'보모어 12, 15, 18, 25년' 이다.
왜 이렇게 많냐면
사장님께서 우리가 시키려 했던 술 이름을 들으시더니
직전에 마신 술 다음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셔서
숙성 기간 별로 다른 맛이 나는 술을 마셔보면
재밌을 거라고 하시면서 추천해주신 게 그 이유다.
 
 
12년부터 차례대로 맛을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맛이 다른 게 확 느껴졌다.
사실 위스키를 많이 마셔본 게 아니라
술마다 차이점을 딱히 못 느꼈었는데
같은 술이다 해도 이렇게 마시니
훨씬 재밌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플랜테이션XO'
해적들이 마시던 술이 럼 아니냐는 친구의 말에
또 어느샌가 앞으로 스윽 다가오셔서
럼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고
귀 기울여 듣다가 럼도 맛보고 싶어서 주문을 했다.
 
 
 


 
 
 
사실 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이게 어떻고 저게 어떻고 설명해봤자
별 설득력이 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몇 자 끄적여봤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몇 년 전에 집 근처에도 위스키 바가 생겨서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는 아예 위스키 바라서
술 종류도 많지가 않았고
토킹바도 아닌데 가격이 비싸서
언젠가부터 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 '오드비' 
서울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굉장히 저렴했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마시는 술의 병을
꼭 앞에다 놓아주시는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또 사장님의 재밌는 말솜씨 덕분에
스탠드업 코미디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이미 술을 1차로 마시고 간 상태라
사진을 많이 못 찍었지만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더 풍부한 후기를 들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