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 후기라기엔 7개월이나 지났지만
데스노트가 오늘 4월 1일을 시작으로 앵콜 공연을 한다길래
의미 있는 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올해 4월 앵콜 공연 후기는 여기에!
2023.04.05 - [뮤지컬 관극 후기] - (230404) 뮤지컬 '데스노트' 관극 후기 / 홍광호 라이토, 김성철 엘
작년 여름의 나는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볼만한 영화도 없었고
대체복무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더욱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
전시회라도 보러 갈까 하고 별 생각 없이 예매 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첫 화면에 뮤지컬 데스노트가 뜬 걸 보고
태어나서 뮤지컬을 한번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던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결심하고
홀린 듯 들어갔다.
출연 배우들은 사실 거의 다 처음 보는 배우들이었다.
그나마 홍광호 배우님은 무한상사에 출연하신 것 때문에 알고는 있었고
김성철 배우님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에서 법자 역, 그리고 넷플릭스 '스위트홈' 에서 정의명 역을 맡으셔서
평소에 굉장히 실력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홍라이토와 샤엘 조합으로 많이들 보는 것 같았지만
나는 지구상 최고의 천재이자 히키코모리인 사람이 금발 머리라면
도무지 몰입이 될 것 같지가 않아서 (심지어 2015년 공연 때는 녹색 머리였다니...)
홍광호 배우님과 김성철 배우님의 조합으로 예매를 했다.
그때 난 취소표를 잡았었는데 관람일 1주일 전에서야 그날 약속이 있단 게 떠올라서
다시 부랴부랴 취소표를 잡은 기억이 난다.
(진짜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지...?)
덕분에 그날 이후로 나는
아무리 예매일 피켓팅이 일어난다고 한들
어차피 취소표는 나오게 돼있다고 믿는 차분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 본격적인 후기를 얘기해보자.
우선 데스노트는 내 인생에 있어 제대로 된 첫 뮤지컬이었고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걱정 반 기대 반을 안고 관람을 했는데
연출이며, 넘버며, 연기며 정말 보는 내내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홍광호 배우님은 연극학과 출신에 뮤지컬 배우를 꿈꾸셨던 친누나 분의 영향으로
연기력과 성량 둘 다 갖춘 분이신데
그냥 대사를 말할 때도 그 밀도 높은 발성이 극장을 가득 채워서 풍부하게 들을 수 있었고,
김성철 배우님도 뮤지컬로 데뷔를 하셔서 그런지 연기력과 전달력이 뛰어났는데
홍광호 배우님과 나란히 서서 노래하는 장면에선 솔직히 성량 면에서 비교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원작 만화를 봤던 나에게 김성철 배우님은
엘 그 자체였다.
덥수룩한 머리에 마른 체형, 굽은 등까지 이 모든 걸 완벽하게 소화해 냈고
그동안 드라마에서만 봐왔던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연출 부분도 얘기하고 싶지만
혹시나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거나
아직 이 공연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얼마나 기대를 하고 가든 그 이상일 것이다.
무대의 구성과 활용도는 내가 본 뮤지컬 중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리고 라이토의 여동생인 야가미 사유 역의 류인아 배우님...
그날 예술의 전당을 나오면서 바로 배우님의 인스타를 팔로우했다.
그 맑고 청아한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시는데
'라이토는 그런 여동생을 둬서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류크 역은 강홍석 배우님으로 보고 싶었는데
약속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서경수 배우님으로 다시 예매를 해서 관람했지만
키가 크시고 슬림하셔서 이미지도 잘 맞았고
연기력도 좋았다.
(이번 앵콜 공연에는 강홍석 배우님이 안 나오시다니..ㅠㅠ)
내가 본 자리는 3층 가운데였는데 위에서 내려다봐서 그런지
무대가 한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 딱 적당했다.
사실 1층은 취소표도 거의 나오질 않은 데다가
가격도 너무 비싸서 도전해 볼 용기가 나질 않았던 탓도 있다.
(그래서 이번 앵콜 공연에는 2표 중 1표를 1층으로 잡았다!!!)
작년에 본 건 연출은 정말 훌륭했는데
후반부에서 급전개가 되는 느낌이 있어서 약간 아쉬웠던 점이 있지만
2시간 40분 안에 108화짜리 원작 만화를 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겠지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때 공연을 했던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이
음질이 안 좋기로 유명하다...
원래 오페라 공연을 하는 극장에서 뮤지컬을 하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올해 1월에 공연한 뮤지컬 베토벤도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관란객들에게 같은 부분을 지적받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부터는 용도에 맞게 극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뮤지컬들에서 그런 부분들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데스노트는 내 기억에서 아직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날 이후로 나는 뮤지컬에 푹 빠지게 되었다.
뮤지컬은 돈 내고 즐기는 문화생활 중에서
시각과 청각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고의 문화생활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과 비교하면 가격이 아주 많이 오른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혹시 아직도 가격 때문에 뮤지컬 관람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저렴한 자리라도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
절대 후회 없는 경험일 것이다.
끝으로 보잘것없는 이 후기가 오늘 4월 1일부터 앵콜 공연을 시작하는
뮤지컬 데스노트를 관람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그리고 나도 티켓팅했다... 그것도 2표나!!!
이번엔 철엘과 샤엘 둘 다 보기로 했다.
근데 재관람 혜택도 없고 가격을 1만원씩이나 올려버리다니...
오디컴퍼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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